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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안녕하세요? 편지를 쓰기로 했어요. 늘 써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써요. 이걸 어디에 쓰나… 그냥 여기에 써요
아무쪼록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를 전해줘야 할텐데, 나는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요. 다 그렇죠.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나도 그럴려고요. 이 편지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음은 당신께 매일 매일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어쩔뗀 손편지도 보내고 싶고요. 그냥 내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요. 다들 그렇더라고요.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더라고요. 괴로워 하지만, 하기 싫다고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더라고요?

사실 뭐 다 그렇겠어요.. 다들 하기 싫은 일들을 하고 살죠. 해야하는 일들을 하고 살고 있잖아요.
저는 육아를 하고 있고, 또 일도 하고 그렇죠. 마감을 조금 조금 야금야금 미루면서 말이에요.
오늘 오전에는 동네에 있는 호떡집에 갔어요. 아주머니는 오픈 준비를 하고 계셨는데 15분 후에 열어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분명 인터넷에 적혀진 오픈 시간에 갔는데 말이에요.. 다른 곳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15분이 훨씬 지난 시간에 다시 갔더니, 10분 후에 오세요~ 그러시는 거에요? 그래서 아까 15분 후에 오라고 하셨는데… 라고 조그맣게 궁시렁 했더니, 아 그랬어요 지금 얼른 해드릴게요. 하시더라고요 ㅎㅎㅎ 마감을 대하는 자세는 호떡집이나 디자이너나 편집자나 ㅎㅎ 같구나. 호떡집은 마감이라기 보다 개시였지만, 암튼 무슨 말인지 알죠?

나는 편지를 쓰기로 했는데, 이 편지는 출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후에는 아이와 산책을 다녀왔어요. 동네에 다목적운동장 이라는 곳을 처음 갔는데, 산 중턱에 있어서 좀 빡셨어요. 그리고 운동장에는 이미 초딩 남자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어서, 애써 들고간 공은 차지 못하고 돌아왔어요. 아이는 공을 제법 차요.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아이 이야기는 하려면 끝이 없죠. 엄마들은 아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아니, 아이 이야기만 하게 돼요. 대화 하다보면 그래요. 다른 이야기 하는 것도 좋지만 흘러 흘러 가다보면 결국은 아이 이야기를 하게되는거죠. 그래서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해요. 너무 매몰 되지 않으려고요. 무슨 느낌인지 알죠?

육아에 매몰.. 사실 매몰되어있어요. 맞아요 고백하자면 그래요. 고백..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거에요.

아. 현대디자인라이브러리에도 갔었어요. 북촌에 있는데 가서 디자인 잡지를 봤어요. 보고싶었던 책이라 좋았어요. 자주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도서관을 가서 작업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노트북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봐요. 사실 노트북은 있는데, ㅎㅎ 있어요. 노트북 있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끊임 없이 생각해요. 나는 역시 재능이 없어. 나는 좀 별로야. 사실이에요. 나는 색깔을 배우고 싶어요. 어디서 배워야 하지? 예쁘고 좋은 색깔을 쓰고 싶어요. 예쁜 사람들 있죠? 저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해요. 에쁜 사람들이 있어요. 예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예쁜 것을 만드는 사람들, 예쁜 것을 알아보는 사람들, 섬세한 사람들.
나는 그렇지 못해요. 나는 좀 뭐랄까.. 나는 무뎌요. 좀 무딘 편이에요. 디자인도, 그림도, 내 그림은 섬세하지 못하죠.
그래도. 늘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그렇더라고요.